작년 가을 MBC 예능프로 '나혼자산다'에서 마마무의 화사가 별이 잘 보이는 곳으로 떠나 그곳에서 별을 보면서 야식을 먹는 모습이 방영된 적이 있다. 약 하루 동안은 실시간 검색어에 '나혼자산다 화사 별본 곳 위치'가 올라와 있을 만큼 화제가 되었다. 별을 보기를 좋아하고 별 사진 찍는 게 취미인 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별이 많이 보이는 곳에 관심이 있다는 게 의외였다. 아무튼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별을 많이 볼 수 있는 곳, 은하수도 볼 수 있는 곳을 몇 군데 소개해볼까 한다.
3년 전 여름 나는 오로지 소문으로만 듣던 몽골의 밤하늘을 며칠간 경험한 적이 있다. 오로지 별을 보기위해 별을 사진에 담아보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찰 정도로 엄청난 경험이었다. 국내에서도 별을 보기 위해서 별 많이 보이는 곳이라고 알려진 곳을 꽤 많이 찾아다녔는데. 역시는 역시였다. 한국의 밤하늘은 별이 HD 또는 FHD 화질로 보인다면 몽골의 밤하늘은 4K였다. 이 표현이 진짜 딱 적합하다. 몇 배로 반짝거렸고 지평선 바로 위까지 별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한국은 어딜 가도 그 정도의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을 찾기란 불가능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몽골 시내에서 차로 최소 8시간을 달려서 들어간 사막이었고, 습도도 0에 가까웠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도 별이 이렇게 잘 보이는 곳이 있구나' 싶은 장소가 꽤 있다. 잡설이 길었는데 이제 하나씩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우리나라 별 많이 보이는 곳 / 별사진 찍기 좋은 곳
강원도 가평 화악산
먼저 위에서 언급한 나혼산에서 화사가 갔던 곳은 강원도 가평 화악산의 화악터널 쌈지공원이라는 곳이다. 서울에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의 거리인데, 해발 1천 미터 가까이에 있는 곳으로 꽤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사실 강원도하면 시내만 벗어나도 웬만한 곳은 별이 다 잘 보이는 편이다. 그래도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 하나가 바로 가평이다. 예상했듯이 이곳은 방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사람들이 아직도 꽤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방송에서는 어두컴컴했던 곳이 지금은 안전상의 문제 때문인지 가로등들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별보기 좋은 장소라고 해도 바로 주변에 가로등 같은 밝은 방해요소가 있으면 시야를 방해해서 별을 보는데 상당히 방해가 된다. 별 사진 촬영은 말할 것도 없다. 별 사진은 카메라의 셔터 속도를 길게 잡아서 육안으로 옅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밝기의 별들도 사진에 담을 수 있는데, 근처에 가로등이 있으면 그쪽 부근 하늘이 뿌옇게 찍힌다. 따라서 별을 많이 사진에 담을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위치에 가도 가로등이 있는 곳이나 라이트를 켠 차들이 수시로 지나다니는 있는 위치는 피하도록 해라. 화사가 간 곳이 화악터널 쌈지공원이라고 했지만, 어차피 그 근방은 다 별이 잘 보이기 때문에 최대한 불빛이 없는 곳을 찾아라. 이곳 같은 경우는 공원에서 2,3분 차로 더 가면 작은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엔 아직도 가로등이 없어서 별 보고 괜찮은 곳이다.
강릉 안반데기
이번에 소개할 곳도 강원도이다. 명불허전 은하수 포인트로 잘 알려진 강릉의 안반데기이다. 이곳도 강릉 시내에서 약 한시간 차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지대가 높기 때문에 정말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이곳은 시야가 사방으로 확 트여있고 풍력 발전기 일명 바람개비도 있기 때문에 별 사진과 함께 주변 풍경을 더 멋지게 담을 수 있다. 정상 부근에는 멍에 전망대라고 차를 세우고 약간 걸어서 올라야 하는 곳이 있는데, 최근 들어 개인 사유지 문제로 거기는 출입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라 하늘이 좋은 날에는 조금 북적거리는 곳이다. 사람이 없을 때에 가고 싶다면 한겨울에 가면 된다. 한 겨울에 가면 은하수 끝자락과 매우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 다만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니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가길 바란다.
남원 지리산 노고단
전북 남원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가면 항공우주 천문대가 있다. 천문대가 있다는 것은 별이 잘 보이는 곳이라는 보증 수표같은 거다. 하지만 그 천문대는 고도도 낮은 곳에 있고 (고도가 높을수록 습도가 낮아지고 주변의 불빛이나 미세먼지 같은 게 적기 때문에 별을 보기 더 유리하다) 시내에서 별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더 올라가야 한다. 천문대에서 지리산 쪽으로 약 3,40분 차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노고단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도 약 1천 미터 높이에 있기 때문에 별이 아주 잘 보인다. 다만 이 주차장에 있는 빨간색으로 깜박거리는 점멸등 같은 게 하나 있는데, 그게 사진을 찍는 데에 좀 방해를 한다. 하늘만 찍으면 상관없지만 사람이나 주변 배경과 같이 찍을 때는 빨간빛이 들어온다는 단점이 있다. 천문대도 한번 가보는 것도 좋다. 수억짜리 천체 망원경으로 말로만 듣던 토성의 고리라던지, 근처 은하의 모습도 관측할 수 있다. 물론 날씨가 좋은 날만 가능하다.
군산 새만금
군산이 사실 별이 그렇게 잘 보이는 도시는 아니지만, 군산 시내에서 약 40분 거리에 떨어진 새만금에 가면 별이 정말 잘보인다. 약 10여 년 전만 해도 차가 다닐 수 없는 바다 및 섬이 었던 곳이기 때문에 별이 잘 보일 수밖에 없다. 군산 쪽에서 새만금을 타고(물론 김제 방향에서 가도 되고, 부안방향에서 가도 된다) 30분 정도 들어가면 신시도, 야미도, 선유도(불빛이 너무 많아서 비추), 장자도 등 섬이 있고 그 중간중간 휴게소나 주차장도 있는데 그곳 중에서 최대한 가로등이 없는 곳을 찾아보아라. 바다라서 여름엔 모기도 많고 습도도 좀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서 이 정도로 별이 잘 보이는 곳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가로등 등의 광해가 많아져서 사방이 캄캄한 곳은 찾기 쉽지 않다. 그래도 분명 꽤 많이 존재하니 도전해보기 바란다.
그 외의 국내 별 잘보이는 곳
이외에도 별이 잘 보이는 곳은 국내에도 꽤 많다. 몇 가지만 언급하자면 제주도, 울릉도를 포함한 대부분의 섬, 강원도 대관령, 전북 부안 솔섬, 영천 보현산, 평창 육백 마지기, 횡성 천문인 마을, 영월 별마로 천문대가 있다. 뭐 이외에도 그냥 도시에서 30분 정도만 산이나 시골의 빛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도 감탄할 정도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널리고 널렸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별을 바라보면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 우주에 떠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까지 든다. 불멍이 인기인데 불멍보다는 별멍이 더 좋다. 한 번씩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게 되면 감동이 두세 배가 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을 때 재미와 감동은 또 두세 배가 된다.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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